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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경차 전성시대! 경형 전기차 시장 각축전

 

한때 우리나라에서 경차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티코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의 아토스, 기아의 비스토와 프라이드, GM대우 마티즈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SUV가 등장하며 경차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위축된 국내 경차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엔트리급 SUV 캐스퍼를 출시했는데요. 캐스퍼는 사전 계약 기간 동안 약 2만여대를 판매하며 자동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캐스퍼의 돌풍이 국내 경차 시장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기 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경형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실용성 중시하는 유럽, 경형 전기차 수요 증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경형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전기 승용차 판매량 중 경형 전기차의 비율이 2019년 1분기 4% 미만에서 올해 2분기 16%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자동차 제국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이 경형 전기차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제조사 별로는 폭스바겐그룹이 36.7%, 스텔란티스가 28.8%, 다임러 17.7%, 르노 16.7%의 순서대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로노 조예 홈페이지

전기차 시장에서 경소형 차량의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전망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만큼 장거리 운행보다 짧은 거리를 다니는 것이 유리한데, 도시 내 짧은 거리를 운행하기엔 중형차보다 경소형차가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 전기차 대비 저렴한 가격과 보조금 제도까지 감안하면 경소형 전기차의 이점은 더욱 커집니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경형 전기차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경형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2019년부터 이 시장을 공략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경형 전기차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폭스바겐 ‘e-UP’ (사진출처: 폭스바겐 홈페이지)

 

2019년에 출시된 폭스바겐의 ‘이업(e-UP!)’은 올해 1분기 약 2만 대의 주문량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판매가 증가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높은 연비를 꼽을 수 있는데요. 배터리 용량을 확대해 주행거리를 160㎞(유럽 기준)에서 256km로 향상시켰습니다.

 

독일에서 이업은 테슬라의 모델3나 폭스바겐 ID.3, ID.4 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차인 ‘업(UP!)’과 비슷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 ‘ID.라이프’ (사진출처: 폭스바겐 뉴스룸)

 

폭스바겐은 올해 전기차 100만 대를 인도하고, 2030년 순수 전기차 비중을 7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요. 지난달 뮌헨 국제 모터쇼에서는 2025년 출시 예정인 경차급 소형 EV ID.라이프를 콘셉트카로 선보였습니다. ID.라이프는 전륜구동으로 6.9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이 가능하며, 약 400km(WLTP)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스텔란티스 ‘피아트 500 일렉트릭’ (사진출처: 피아트 홈페이지)

 

지난해 출시된 스텔란티스의 피아트 500 일렉트릭은 지난 2분기에만 1만 2,000대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피아트 외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엥, 마세라티 등 14개의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과 양산에 300억 유로(약 40조 8,000억 원)를 투자해 유럽 내 판매의 70%, 미국 판매의 40% 이상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르노 ‘트윙고 ZE’ (사진출처: 르노그룹 홈페이지)

 

프랑스 르노는 트윙고(Twingo) ZE로 경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트윙고 ZE는 CUV 타입의 경형 전기차로 도심 250km(WLTP)와 복합 180km(WLTP)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로백은 아니지만 정지 상태에서 50km까지의 가속에 4초가 걸리며 최고 속도는 135km/h를 자랑하죠.

 

르노는 조에(Zoe), 트위지(Twizy) 등의 소형, 초소형 전기차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특히 조에는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으며 최초로 연간 판매대 수 10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조에와 트위지는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링자동차 ‘홍광 미니 EV’ (사진출처: GM 뉴스룸)

 

한편 중국에서는 우링자동차의 ‘홍광 미니 EV’가 지난 3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했습니다.

 

우링자동차는 미국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의 합작 기업인데요. 홍광 미니 EV(4인승)는 기본 모델 기준 우리 돈 500만 원 대(2만 8,800위안)의 가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번 충전 시 달릴 수 있는 항속거리는 120km에 이릅니다.

 

우링자동차는 내년부터 컨버터블 모델인 ‘홍광 미니 EV 카브리오’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이트드롭의 전기 사용차 ‘EV600’ (사진출처: 브라이트드롭 홈페이지)

 

경형 전기차, 제2의 경차 전성기 열 것

 

현대자동차는 2023년경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테슬라의 ‘모델2’, 르노의 ‘르노5’ 폭스바겐 ‘ID.라이프’ 등 경소형 전기차들도 본격적인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차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2030년대 중반부터 모든 경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내부 디자인

 

이렇게 경형 전기차의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실용성’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중시하고,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중에서도 경차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요.

 

앞으로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늘면서 세컨드카로 경형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배송, 배달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독특한 디자인, 향상된 성능을 갖춘 경형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한다면 전기차로 여는 ‘제2의 경차 전성시대’가 돌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