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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시스 영업본부장이 이야기하는 프로와 아마추어 직장인의 차이는?

 

현대트랜시스는 임원분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과 함께 이들의 업무 철학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리더의 문화 다락방’이라는 코너를 운영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리즈로 라경실 영업본부장의 도덕경으로 배운 삶의 지혜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Q. <도덕경>과 관련한 수 많은 책 중, 이 책의 어떤 점이 더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도덕경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입니다. 원본 해석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에 읽는 묘미가 있는데요. 이 책은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쓰였고, 지은이의 주석이 깊이가 있어요. 또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비교해볼 수 있도록 기술되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답니다.

 

어릴 때부터 동양철학이나 학문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입대했을 무렵 처음으로 노자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무사히 전역하겠다는 사소한 생각이 기폭제가 됐다고 할까요? 성경이나 삼강오륜 대신 도덕경에 심취하면서 군대 생활을 버텼던 것 같습니다.

 

Q. 본부장님만의 시각에서 새로운 해설을 제시하고 싶은 구절이 있으신가요?

 

 

사실 자기 수양이 중심인 공자의 유교에 비해 노자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노자의 중심 사상인 ‘거피취차(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어떤 이상이나 체계를 상정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인데요.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공자의 지혜와 자기 수양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에서 두 사상이 조화롭게 융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도덕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변화된 부분이 있을까요?

어릴 적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 위주로 공부하다가, 노자를 만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다양한 이념을 공부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정지 상태의 죽은 이념에 갇히지 않고 늘 유연하게 움직이는 관점과 철학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노자는 자연과 인간, 사건을 보는 관점이 본질적이고 명쾌한데요. 현실과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생활에 당장 적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 책을 통해 찾은 자신만의 리더십이나 부서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도덕경은 과거 왕이나 고위 관리들이 주로 읽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든 리더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업무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부장급 이상의 직원들과 꼭 나누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17장에는 최선의 리더란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나오죠. 강하게 진두지휘하기보다는 존재 자체만으로 구성원의 버팀목이 되는 리더가 되고 싶고, 그 바탕 위에 자유롭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Q. 직장 생활을 오래하면서 힘이 되었던 구절이 있다면?

몇 년 전, 중국 현지 업체와 변속기 계약을 했는데 ‘언제까지 몇 대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꽤나 고생했습니다. 수차례 공문도 보내고 회의, 면담까지 진행했는데도 말이죠. 한동안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즐거움과 고통은 한 몸이라’라는 구절의 58장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또한 가장 의미있는 구절은 63장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세상의 어려운 일은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입니다. 2016년 중국 일조 법인장으로 재직했을 때 실제로 현장에 적용한 구절이기도 한데요.

 

당시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쉬운 개선’과 ‘가장 작은 개선’을 하게 하고, 평가를 통해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작업자들은 자신의 직업 현장을 쉽고 편리하게 개선하며 돈도 받으니 적극적으로 임했고, 성과가 조금씩 나오자 참여하는 직원들도 점차 증가했습니다.

 

그해 전 직원이 ‘쉬운 개선’에 집중해 준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2500여 건의 개선을 통해 생산성이 10% 가까이 증가했죠. 글로벌 자동 변속기 생산업체 중 최초로 130UPH(1시간에 130대 생산)를 달성하면서도 작업자에 의한 불량은 1년 동안 단 한 건이었습니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법인 직원들에게 늘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Q. 긴 코로나 팬데믹 속 직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구절이 있다면?

 

 

2장의 ‘유무상생’을 꼽고 싶습니다. 행복이 ‘고와 락’이듯 지금은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이 고통의 시기가 지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어려운 상황을 달리 보면 곧 즐거워질 시기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이든 사업이든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Q. 훗날 직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저는 칭송이나 존경받는 리더가 되길 원하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 구성원이 리더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노자가 추구한 최선의 리더상이기도 하죠. 구성원의 무한한 자율성 위에 어렴풋이, 하지만 든든하게 자리 잡은 리더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Q. 함께 근무하는 영업본부 직원들에게 특히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2장 구절 중 ‘거피취차’를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우리 구성원들은 물론 경쟁사와 기술도 계속 변하게 될 텐데요. 미리 설정해 둔 높은 이상과 목표보다는 지금 현실에 충실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어느덧 원하는 곳에 도달 수 있다는 걸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보통 우리가 등산할 때 ‘저 산꼭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산꼭대기가 아니라, 자신의 발을 보면서 꾸준히 오르면 결국 정상에 오르게 될 테니 자신을 믿으면 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일의 순리는 오늘 내가 갈 곳이나 할 일을 충실히 이행할 때 비로소 그렇게 되는 법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대트랜시스를 지금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현대트랜시스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변화하기 때문에 기존의 가치를 맹종해서는 안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도덕경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이 틀을 깨고 변화해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한미림

포토 안용길(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