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시트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페이스메이커(Pacemaker)’, 다들 들어보셨나요? 마라톤에서 우승후보의 페이스를 조절해 기록을 단축하려고 전략적으로 선두에 투입하는 예비선수를 뜻합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해주는 든든한 가이드 역할과 함께, 섬세하게 살펴 가며 목표 기록을 재설정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와 페이스메이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입니다. 선수와 페이스메이커 사이에는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죠.

 

동명의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달리기 이후의 거친 호흡, 숨소리가 아닌, 마라토너의 운동화가 지면을 박차는 소리, 중력을 이겨내는 경쾌한 발의 타격감, 함께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나타냅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지칠 수 있는 러너들에게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힘이 되어 주며 마지막까지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 영화 속의 레이스처럼 오늘은 현대트랜시스에서의 페이스메이커와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업무의 열쇠, 신뢰 기반의 페이스메이커 

부서 간 업무 조율이 중요한 프로젝트 매니저

기업은 수많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프로젝트마다 ‘페이스메이커’와도 같은 프로젝트관리 전문가, 즉 PM(Project Manager)을 선정해 프로젝트 전반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깁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같은 중후장대한 제조기업에서의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금과 수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길게는 수 년 동안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PM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PM은 일반적으로 Time(일정), Cost(원가), Scope(범위) 3가지 요소를 주요하게 관리하며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지킵니다.

 

다양한 국내외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파워트레인과 시트를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는 현대트랜시스 또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중 시트 사업 프로젝트의 경우 PM은 ‘Time’, 즉 일정관리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영업 부문에서 제품 수주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PM은 시트본부와 지원 부문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T에 참여해 해당 프로젝트를 킥오프(Kick-off)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수립하고 관리하며 성공적인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수행하죠. 다양한 부문의 내부 구성원들과 일면식 없는 외부 고객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신뢰로 먹고사는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것입니다.

현대트랜시스에서 제품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건

저는 그간 현대기아차종의 시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이력이 주였어요. 쏘렌토(MQ4a), 싼타페(TMa), 인도i10, 이온, 엑센트 등 다양하죠. 그만큼 어느 정도 규격화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도 있는 편이고, 모국어로 소통하는 측면에서도 비교적 원활하게 프로젝트를 이행할 수 있었어요. 제가 느낀 국내 프로젝트의 특징은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인 프로토(Proto)타입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요. 그렇기에 PM으로서 정해진 일정 안에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기대치에 맞는 R&D, 품질, 생산 대응 업무에까지 무한책임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최근 PM으로서 북미 전기차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제2의 경험치를 쌓고 있다고 느껴요. 우선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기에, 아주 디테일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신규 고객사에 스타트업이기에 시행착오와 요구사항도 다양한 편이에요. 내, 외부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조율하는 것이 굉장히 도전적인 환경이라고 느껴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기간도 신규 차종 기준으로 현대기차는 약 19개월, 타OEM은 24개월로 더 긴 편이죠.

결국 PM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건 신뢰감

자동차 시트 프로젝트의 변하지 않는 가치 '신뢰감' 

하지만 고객사가 어떤 곳이든 PM에게 요구되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신뢰감’일 겁니다. 프로젝트의 속성이 계약관계이며, 이해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잘 조율해 서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아내게 만드는 역할이 궁극적인 PM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2016년도부터 이 업무를 맡아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가지가 있어요. 바로 글로벌 타OE 프로젝트(FF프로젝트)의 PM을 맡았을 때인데요.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양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내부 TFT원들끼리 강한 신뢰감을 쌓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다양한 돌발요청에 처음에는 당황하고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내부 구성원 모두가 밤 늦게까지 서로를 다독이고 꿋꿋이 해 나아가는 '우리'를 보게 될 때면 끈끈한 유대감이 싹트는 경험을 하게 되었달까요(웃음)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에 저는 어떤 프로젝트든 PM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신뢰’라고 생각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는 고객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죠.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해서 정리하고, 그 사람의 현재 상황과 업무 배경지식까지 알아두는 게 필수적입니다. 어려운 점은 명확히 이야기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이행을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 신뢰로 쌓이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도저히 내부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라면, 제가 대신해서 외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협상해 나가기도 하죠. 이런 협상의 기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그래야만 내부적으로 힘든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사에 양해를 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PM의 경험치가 빛이 되어 아이디어로, 미래로

상상해볼까요. 시트에서 풍겨 나오는 브랜드만의 시그니처 향을 

시트프로젝트의 PM으로서 한 기업을 대표, 혹은 대변해 글로벌 고객사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마다 현대트랜시스를 효과적으로 이들에게 포지셔닝(각인)시키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의 나래를 펴고는 해요. 향후에는 상품기획이나 신사업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제품 브랜딩을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최근 든 한 가지 아이디어는 ‘시트의 향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였어요. 교보문고라는 장소에 들어가면 그 브랜드만의 시그니처 향이 있어요. 교보문고에서 직접 디퓨저를 출시하기도 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죠.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딩을 각인시키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죠.

현대트랜시스 또한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 실내가 ‘공간’이 되고, 다양한 니즈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특정 차종의 시트마다 제네시스 향, 그랜저 향 등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면 사람들에게 차량에 대한 임팩트가 더 커지리라 생각해요. 시트의 폼패드에 특정 향을 내는 염료를 섞어 내는 방식이나 통풍 시트 통해 향이 퍼지게 하는 방향도 생각해 보면 재미가 있어요. 어떤 방식이든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해 고객사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그 역할이 PM이든 마케터든 저는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8년차 PM으로서

앞으로도 제 커리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고 느끼고 있어요. 프로젝트 매니저의 실무 경력을 증명해야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공인 자격증 PMP를 준비하고 있어요.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데, 많은 자극이 되는 요즘입니다.

프로젝트 관리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일하지 않을 때는 정말 ‘쉴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껴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힐링을 하는 편인데, 주로 늦은 시간에 홀로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음악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는 합니다. 물론 쉬고 있을 때도 내가 정해진 시간 동안 잘 쉬고 있는지, 일정을 체크하고 있는 저를 보며 멈칫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웃음)

자동차시트 PM 전문가 권일구는

- 2016년부터 동탄 시트연구센터에서 자동차 시트 프로젝트 PM을 담당하고 있다.

 

- 쏘렌토 MQ4a, 산타페TMa , 인도 i10, 이온, 액센트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가장 최근에는 북미 전기차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 현재 개인 역량을 위해 PMP 글로벌 공인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며 노력하고 있는 열정 가득 노력파.


- 과거에는 쉬는 날 골프, 검도 등 여러 가지를 했었지만, 최근에는 악보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피아노 연주하기, 음악 감상하는 것으로 진정한 쉼에 집중하고 있다.
 

에디터 이은지
사진 안용길, 셔터스톡, HMG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