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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하이브리드의 인기, 어떻게 발전해왔나

 

 

 

최근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흐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장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자동차는 총 174만9279대, 이 중 하이브리드가 39만898대로 22.3%를 차지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 무려 42.5%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1분기 국내에서 팔린 국산 친환경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어난 10만1700여 대인데요. 이 중 하이브리드가 85%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급속도로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주춤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충전 등 실사용 측면에서 아직 불편함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습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의 편의성에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금 감면 및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도 많으니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찾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편의성이나 혜택만은 아닐 겁니다. 바로 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이죠. 


하이브리드 기술은 환경보호와 연료 절감의 필요성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엔진 구동시간은 줄고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유류비 절감이라는 실질적 혜택도 커졌죠.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선도자로서,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엔 하이브리드 기술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과 현대차의 주요 모델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진보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시작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사는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0년대 초, 페르디난트 포르쉐와 야곱 로너가 개발한 로너-포르쉐 믹스테(Lohner-Porsche Mixte)가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여겨집니다.  

 

1901년 제작된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로너-포르쉐 믹스테(Lohner-Porsche Mixte)

 

20세기 초는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증기기관에서 내연기관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는데요. 무려 120년 전에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더해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양산형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 1세대 토요타 프리우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은 1997년 출시된 토요타 프리우스가 처음이었습니다. 프리우스는 연비와 친환경성에서 혁신을 이뤄내며, 하이브리드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로너-포르쉐 믹스테 이후 100년이나 지나서야 하이브리드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하게도 기술의 부족이었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축전지(배터리)는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불어 너무 무거웠습니다. 전기모터도 효율보다는 구동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죠.  


1세대 프리우스는 니켈-메탈 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도 빨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합했죠. 덕분에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으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프리우스는 2000년에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기술 도입  

 

 

2009년 국산 최초로 발매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현대차·기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하이브리드 기술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합니다. 현대차는 2009년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시장에 첫발을 딛는데요. 이는 LPG와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현대차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LPG 연료와 모터, 현대트랜시스가 생산한 하이브리드 무단변속기를 장착했습니다

 

이 모델은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하이브리드 기술의 다양성을 넓혔습니다. 더불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후 현대차는 2011년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가솔린+전기모터 하이브리드 기술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 발전을 이해하기 쉽도록 엔진 변화에 따라 세대별로 구분해 살펴보겠습니다. 

 

1세대 하이브리드_쏘나타 하이브리드(2011-2014) 

2011년 발매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모터를 연결해 동력을 혼합할 수 있는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했습니다



초기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전용 2.4리터 세타 II 엔진과 30kW 전기모터를 결합한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더불어 1.43kWh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기존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NiMH) 배터리보다 가볍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1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첫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의 대중화와 성능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연비와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잠재력과 시장성을 증명했죠. 이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기술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2세대 하이브리드_쏘나타 하이브리드(2015-2019)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트랜시스가 제작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도입했습니다


현대차의 2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은 개선된 2.0리터 누우 엔진과 38kW 전기모터를 사용했습니다.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용량도 1.62kWh로 높이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도입합니다. 이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는 현대트랜시스가 제작했습니다.    

 

 

현대트랜시스가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를 개발한 이유는 효율성입니다.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만든 출력과 전기모터가 만든 토크로 구동을 하고, 회생제동으로 얻은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며,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전기모터로 보냅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안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변속기의 역할입니다. 즉 기계와 전기가 서로 조화롭게 구동되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가 필요합니다. 

 

쏘나타와 그랜저 등 중대형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되었던 현대트랜시스 6단 자동변속기

 

현대트랜시스의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는 내연기관 자동변속기의 토크컨버터 역할을 하이브리드 모터가 합니다. 엔진과 모터가 생성한 높은 토크를 더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죠. 더불어 EV와 하이브리드 모드 전환 시에는 엔진 클러치가 엔진 동력을 변속기로 전달 또는 차단합니다. 덕분에 승차감의 변화 없이 부드러운 동력 전환이 가능합니다. 

 

아반떼와 코나, 니로 등 준중형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의 하이브리드 6단 DCT

 
결국 하이브리드 변속기는 높은 출력 밀도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제어해야 합니다. 때문에 높은 기술력과 축적된 변속기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현대차는 현대트랜시스의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 도입으로 여러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고, 배터리의 효율성과 내구성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3세대 하이브리드_쏘나타 하이브리드(2020-2022) 

2020년 발매된 DN8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04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부착했습니다


현대차의 3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은 2.0리터 엔진과 39kW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엔진 크기를 줄이면서 배터리 용량은 1.76kWh로 높였습니다. 


당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솔라 루프 시스템입니다. 지붕에 204W의 태양광 패널을 붙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죠. 하루 5.8시간 정도 충전하면 연간 1300km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엔진을 돌려 구동을 하고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저장하니까요. 하지만 완벽한 친환경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엔진이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름을 태워야 하니까요. 

 

현대차는 회생제동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차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했고, 차가 서 있기만 해도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 자동차가 탄생한 셈입니다. 

 

4세대 하이브리드_그랜저 하이브리드 (2023-현재) 

최근 발매된 GN7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6리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시스템 최고 출력이 230마력에 달합니다. 현대트랜시스 서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전용 전륜 6단 자동변속기 Gen2  모델이 적용되었습니다

 

최신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6리터 터보 엔진과 44.2kW 전기모터를 결합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터보 엔진입니다.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차저를 추가해 1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데요.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져 최고출력이 230마력에 달합니다. 더불어 최신 배터리 기술과 향상된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회수 효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4세대 하이브리드 엔진은 그랜저, 싼타페, 투싼 등 다양한 모델에 적용됩니다

 

현대차는 현재의 4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을 그랜저 외에도 싼타페, 투싼, 쏘렌토 등 다양한 모델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경우 현대차가 직접 설계한 자체 배터리가 내재됐습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최적의 성능 구현을 위해 니켈의 함량을 극대화한 게 특징입니다.

 


중요한 변화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e-모션 드라이브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합니다. 전기모터가 구동만 담당하는 것을 넘어 승차감이나 접지력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높은 조향성과 빠른 움직임, 안정적인 주행성을 이끌어낸다는 개념입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친환경을 넘어 주행안전성과 승차감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증명한 한 차원 진보된 개념입니다.  
 


현재 현대차의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적의 효율과 높은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싼타페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은 구매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 정도로 판매량이 높습니다. 

 

지속 가능한 자동차 기술 미래를 열어가는 하이브리드 


누군가는 말합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차로 가는 과도기적 산물’이라고. 맞습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발전할 수록 엔진 크기는 줄고 있고, 반대로 배터리와 모터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엔진의 역할이 점점 작아지다 보면 결국 전기차가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꽤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복잡한 기계 행정, 충전과 방전이라는 단순한 전기 행정을 모두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하니까요. 

 

 

앞서 말했듯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연료 절감과 배출가스 감소라는 목표 아래 하이브리드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제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제어 시스템을 결합하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설계 배터리를 내재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극도로 낮추기 위해 태양광 패널을 붙였습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스마트 회생제동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합니다. 스마트 회생제동은 도로의 경사, 전방 차량, 과속 카메라 등의 여부에 따라 자동으로 회생제동량을 제어하는 기술입니다. 이들 모두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2011년 아반떼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선도자로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모델을 통해 대중화하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특히 쏘나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하이브리드 기술의 진보를 이끈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으면 판매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앞으로도 하이브리드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욱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e-모션 드라이브처럼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개념도 더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온전한 전기차 세상이 오기 전까지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글. 이진우 (자동차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