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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T] 책임은 누가 책임져주죠?

 

안녕하세요, 현대트랜시스 비즈니스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T.크리에이터 4기 조현우 매니저입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책임’이라는 직급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책임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또는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을 뜻하고 있는데요.

 

아직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저와 신입사원의 눈에는 책임매니저(연구원)는 모든 업무를 완벽히 해치우는 멋진 능력자처럼 보이곤 합니다. 이런 선배들의 모습에 감탄하던 어느 날 문뜩 ‘그렇다면 책임은 누가 책임져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책임이라는 직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 올해 처음 책임이 된 책임연구원(이하 A)와 책임매니저(이하 B)를 만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Q. 먼저 늦었지만 책임이 된 것을 축하드려요, 혹시 이전과 차이점이 있으신 가요?

 

A: 저는 나이에 비해 입사를 빨리 한 편인데요. 협력사분들과 소통할 때가 많았는데 종종 그분들이 일반 연구원이었던 저를 보곤 저연차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협력사분은 “연구원님은 이거 모르실 건데요“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웃음).

 

책임연구원이 되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책임’이라는 직급이 나의 업무 경험치를 겉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니, 상대방이 나를 대할 때도 업무상의 프로페셔널함을 갖추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B: (웃음)급여? 이 부분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에센셜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제 업무 능력을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기분도 들기도 하고요. 한 가지 더 있다면 주위의 시선을 조금 더 의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 때는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들이 약간 신경 쓰이기 시작해요.

 

예를 들면 동료와 잠시 커피를 마시거나, 출근을 조금 늦게 하게 될 때 말이죠. 책임으로서 솔선수범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Q. 책임이 되고 나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A: 아직은 기존에 맡았던 연구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제 관리자급이 되었으니 또 다른 업무들이 생기곤 합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업무들을 조율하고 운용하는 능력도 훨씬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잃은 건, 사실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후배들이 이전보다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했는데, 책임연구원이 되고 나서는 그 빈도가 줄어든 기분이 들어요.

 

B: 예전에는 정해진 한 가지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했다면, 책임이 되고 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속된 말로 이런 걸 유도리라고 할까요? 잃은 건 책임연구원님과 비슷하게 회사 내의 인간관계가 조금 더 딱딱해진 느낌이 들어요. 후배들이 저를 조금 어려워하는 걸 것 같은데 물론 저도 그랬으니 이해합니다. 얘들아, 예전처럼 날 대해주렴! (웃음)

 

Q. 제 눈에는 책임님들이 전지전능한 분들 같은데, 혹시 고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중간 다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아직은 어렵습니다. 얼마 전까진 저도 그냥 연구원이었으니까 아직 그때의 마음이 남아있는데요. 관리자급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위아래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B: 솔직히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처음 마주하는 업무도 생기는데, 후배들이 모르는 걸 물어볼 때 조금 곤란해요(웃음). 멋진 책임매니저로 척척 답을 해주고 싶은데, 저도 확답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도 성장하는 중인 것 같아요.

 

Q.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지, 힘든 점은 누구와 논의하시나요?

 

A: 스트레스의 유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해소하고 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는 동기들과 이야기해요. 같은 직급에서 비슷한 걸 느끼니까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거든요.

 

사적인 스트레스는 제일 친한 책임님과 동기한테만 말하는데 직급, 위치에 대한 이야기와 감정을 공감해 주는 위로를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그렇게 많진 않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웃음).

 

B: 보통 동기들과 술을 한잔하거나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동기들은 회사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대화가 잘 통하고 진심으로 공감해줍니다. 최근에는 헬스장에 가서 흠뻑 땀을 흘리는 것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Q. 두 책임님들이 느끼는 회사생활 최대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A: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초 힘든 일이 생겨 상실감을 크게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연차를 쓰고 쉬고 싶었지만, 저도 모르게 일을 하면서 힘든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날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책임감이구나 하고요.

 

B: 제 회사생활의 최대 원동력은 가족인 것 같아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고, 이들로 인해 힘을 얻기 때문이죠. 회사에서는 친한 동기들과 후배들, 존경하는 선배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합니다.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힘을 얻는 것 역시 주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신입사원 입장에서 동기들이 참 소중한데, 책임들에게 동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A: 기수마다 다르겠지만 제 동기들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땐 신입사원 연수가 길어서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요. 40명이나 있는 메신저 동기 단체방도 아직 건재한데요. 이미 퇴사한 동기와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습니다.

 

동기들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든든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입사원이던 저희가 이제는 회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실무에도 능숙하기 때문에 서로를 의지하는 든든한 존재로 힘이 되는 느낌입니다.

 

B: 정말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나이대도 차이가 있고, 팀도 다양하지만 더 높은 차원의 같은 걸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다른 곳으로 떠난 동기들도 있어 전부 다 모일 수는 없지만 마음 맞는 동기들끼리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기는 저에게 방파제 같은 존재 같아요. 거센 파도가 와도 같이 뭉쳐서 ‘존버’하는 느낌이라서요(웃음).

 

Q. 입사 후 지금까지,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A: 업무에 너무 많은 감정을 이입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업무상의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화가 나고 답답할 때가 있을 텐데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스스로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업무는 업무로 받아들이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면 감정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B: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요. 두 글자로 말하면 ‘눈치’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직장생활에서, 특히 더불어 살아가는 집단생활에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신입사원 시절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입사 초에는 상대방의 업무적 차가움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뭘 이렇게까지 나한테 화를 내지?’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일과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입사, 사회생활도 많이 익숙해졌으니까 신입사원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B: 참을성과 여유가 늘었습니다. 신입사원 때는 업무 회신이 조금만 늦게 와도 조급하고 걱정되고 했는데요. 제 스스로를 굉장히 쪼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참을성과 여유가 생겨서 느긋하게 일처리를 하는 중입니다. 여유를 가져야 더 정확하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는 큰(?) 교훈도 얻었기도 했고요. 

 

Q. 마지막으로 책임은 누가 책임진다고 생각하시나요?

A: 팀장님이요! 갑자기 팀장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팀장님은 꼼꼼하시지만 유쾌한 성격이어서 저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B: 책임은 책임 자신이 책임진다! 제법 멋지지 않나요? 예전에는 책임님이나 팀장님께 의지하는 부분도 많았고, 업무상의 실수가 생기면 그분들이 수습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제가 후배들을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두 책임님들의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 덧 주위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책임님들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과 은근한 여유가 느껴졌는데요. 각자의 차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제 미래를 이 분들께 투영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책임이 되어있을 어색한 내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회사 생활의 새로운 챕터에 접어든 두 책임님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기분 좋게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