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려 Zoom] 다시 시작된 글로벌 수소차 경쟁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지금, 전 세계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한동안 주춤했던 수소연료전기차(FCEV, 이하 수소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완성차 기업들이 수소차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온실가스 없이 물만 배출하는 궁극의 친환경차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자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한 자원인데요. 특히 수소는 특정한 조건 속에서 산소와 만나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부산물은 오로지 물입니다.

 

이러한 수소의 특징을 이용한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라 불리며 오래 전부터 전기차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사실 두 차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켜 움직인다는 점, 운행 중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수소차는 무거운 배터리와 배터리 충전 시간 등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차는 압축된 수소가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보다 연료 효율이 높고, 주행거리도 길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주행거리 확보에 필요한 수소탱크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무게 증가도 적습니다. 또한 수소탱크를 채우는 시간도 5~8분 정도면 충분하므로 장거리 이동에도 유리하죠.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인데요. 수소연료전지에 고가의 백금과 희토류가 사용되고, 고압을 견디는 수소통 역시 가격이 높습니다. 또한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비용도 전기에 비해 비싸고,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수소차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칼 코르데쉬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 (사진출처: researchgate.net)

 

수소차의 역사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는데요. 수소차의 출발이자 핵심인 수소연료전지는 오스트리아 출신 과학자인 칼 코르데쉬(Karl Kordesch)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그는 1958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서 여행 가방에 장착한 수소연료전지를 시연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스틴 A-40라는 차량에 6개의 수소탱크를 얹어 개조한 수소차를 직접 만들어 타고 다니며 수소차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GM 최초의 수소차, 일렉트로밴(왼쪽) (사진출처: 위키미디어)

 

1966년 GM은 일렉트로밴(Electrovan)에 최초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했는데요. 6인승 밴에 6개의 수소 탱크를 탑재해 만든 이 수소차는 시속 100~128km으로 19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연료전지 시스템이 뒷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 앞 좌석에 2명 정도만 탑승할 수 있었고, 제작 단가가 너무 높아 양산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자동차 업계는 수소차 개발에 꾸준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다임러 벤츠였습니다. 다임러 벤츠는 197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 미니버스를 선보였고, 1984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밴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차, 투싼 ix35 퓨얼셀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2000년대부터 수소차는 현실 가능한 기술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그 포문을 연 것은 2001년 혼다가 발표한 ‘FCX-V4’로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시판차의 성능에 가까워진 수소차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를 필두로 닛산, 포드, 벤츠, GM 등 많은 제조사가 수소차 양산 경쟁을 펼쳤습니다. 최초의 양산 수소차 타이틀은 2013년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중형 SUV ‘투싼 ix35 퓨얼셀’입니다.

 

수소차의 미래를 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현대자동차의 2024 넥쏘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의 50%를 넘어서며 지금까지 선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출시한 ‘넥쏘’는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으며, 올 1분기에는 글로벌 수소차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는데요.

 

현대자동차는 최근 고객 편의를 강화하고 선호 사양을 기본으로 채택해 상품성을 높인 ‘2024 넥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초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는 상용차 부문에서도 수소 전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시된 상용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는 스위스와 독일,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에 수출되었는데요.

 

미국은 캘리포니아 대기질 개선 프로그램을 위해 35대의 엑시언트를 도입, 상업 운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4월엔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버스인 ‘유니버스’를 출시해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세워 해외 수소차 거점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토요타 크라운의 수소차 모델 (사진출처: 토요타)

 

토요타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토요타의 대표 수소차는 미라이인데요. 201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산화한 이래 2020년 리뉴얼된 2세대 모델을 내놓으며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최근 토요타는 중대형 세단인 신형 크라운의 수소차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를 포함한 멀티 패스웨이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에 다양한 친환경차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2021년 단종된 혼다의 클래리티 (사진출처: 혼다)

 

2016년 혼다가 출시한 수소차 클래리티는 2021년 단종되었는데요. 혼다는 GM과 함께 새로운 수소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이 준비 중인 수소차는 플러그인 기능을 갖춘 CR-V 버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수소차는 클래리티에 비해 2배 강화된 내구성을 갖추고, 연료전지 스택 비용은 3분의 1수준인 새로운 연료전지 시스템을 장착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수소차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혼다는 2025년까지 연간 2천 대, 2030년엔 6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BMW, iX5 하이드로젠 (사진출처: BMW그룹)

 

BMW는 올해 초 토요타와 공동 개발한 ‘iX5 하이드로젠’을 한국에 공개하며 전기차와 수소차 투트랙 전략을 선언했습니다. iX5 하이드로젠은 독일 뮌헨 파일럿 공장에서 2022년 12월부터 소규모로 시범 생산하기 시작해 성능 시험과 개선을 해오고 있는데요. BMW는 생산 비용을 전기차 수준으로 낮추고, 현재의 주행거리인 504km/h보다 더 늘려 2025년 이후 양산할 계획입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오래 전부터 친환경차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해 왔습니다. 현재는 전기차가 앞서는 분위기이고,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이란 커다란 과제도 풀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어 활발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환경 문제 해소와 편리한 삶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