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젠 우주다! 지구 밖으로 눈 돌리는 자동차 회사들

사진출처: 도요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에 이어, 8월 7일에는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첫 궤적 수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뉴스에 많은 분들이 함께 가슴 벅차 하셨죠. 올해가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그간 미지의 개척지였던 지구 밖 세상,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사진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전 세계 우주 산업 시장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873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였으며,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2040년 1조 1,039억 달러(약 1,383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주 진출에 자동차 회사도 열심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도로와 하늘길을 넘어 우주까지 접수하려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인공위성을 쏜다고?

나사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사용되는 월면차(LTV) (사진출처: NASA)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경쟁에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직접 생산하거나 로켓 기술에 투자하고, 달 탐사용 로봇이나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등 그 분야도 다양한데요.

 

자동차 회사들이 우주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초정밀 위성 지리 정보로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고, 달 표면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연료 및 소재와 복잡한 전자 장치의 정밀한 운영과 통제, 원격 제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다시 말해 미래차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이죠.

 

 

특히 이들은 자율주행 성능과 직결되는 저궤도 위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GPS는 2만 km 밖 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지구에서 200~1000km 상공을 도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면 오차가 크게 줄어들어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초정밀 위성 항법 시스템은 자율주행 외에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물류와 드론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구 밖에서 자율주행의 답을 찾다

스타링크 위성 60기를 발사하고 있는 SpaceX의 팰컨 9 (사진출처: 퍼블릭 도메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설립해 일찌감치 우주 사업에 투자해왔습니다. 저궤도인 550km 상공에 위성 약 1만 2,000대를 띄워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를 구축하는 것이 스페이스엑스의 설립 목적입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지국을 우주에 설치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스타링크의 활용 범위는 광범위한데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2,5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9개 위성 발사에 성공한 지스페이스 (사진출처: 지리홀딩스그룹)

 

중국 지리자동차도 자회사인 지스페이스(Geespace)를 통해 자율주행용 저궤도 인공위성 9기를 우주로 쏘아 올렸습니다.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저궤도 위성 ‘GeeSAT-1’을 성공적으로 우주에 안착시킨 것인데요.

 

지리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63개의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릴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마련한 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초정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죠.

 

달 표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순환 재생 에너지 시스템 (사진출처: 혼다)

 

일본의 혼다도 지난해 우주 사업 진출 계획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5년간 약 6조 엔(약 57조 원)을 투자해 2030년 1톤 이하 저궤도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또한 혼다는 우주에서 각종 작업을 수행할 로봇도 연구 중인데요. 오는 2024년까지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시작하고 2030년 관련 기술을 상용화할 방침입니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인공위성 (사진출처: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포르셰의 지주사 포르셰SE도 지난해 7월 독일 로켓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에 7,500만 달러(약 980억 원)를 투자하며 우주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3D 프린팅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저렴한 저궤도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요. 기존의 4분의 1 가격으로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달 탐사 모빌리티 개발에 나선 자동차 기업들

GM과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루나 터레인 비이클(LTV) (사진출처: 록히드마틴)

 

위성 사업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우주 연구 분야는 바로 ‘달 탐사’입니다. 달에는 꿈의 에너지로 알려진 ‘헬륨3(He3)’, ‘희토류’ 같은 희귀 자원들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데요. 이 달 탐사에 사용될 모빌리티 개발에도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GM은 우주항공 방위산업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함께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사용될 전기차 ‘루나 터레인 비이클(LTV)’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2028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짓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인데요. 이 차량엔 최대 2명이 탑승할 수 있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무인 상태에서 자율주행도 할 수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달 탐사 전기차 (사진출처: 도요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2019년부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함께 달 탐사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며 6개의 바퀴를 가진 이 ‘로버’는 4명이 탑승할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만 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이 로버는 빠르면 2029년 달 표면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지난 7월 국내 연구기관 6곳과 달 표면 무인 탐사 모빌리티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의체는 달 탐사 모빌리티에 요구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모빌리티를 달에서 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달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에 탑재되는 과학 탐사 장비,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우주 통신 기능 등의 기술이 요구되는데요.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로봇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을 포함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설계, 우주 환경 대응, 특수장비 분야 등의 핵심 인력들을 모아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Hyundai x CES 2022: Expanding Human Reach 영상 캡처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새로운 에너지 및 자원 발굴, 인류 이주 등 우주 산업은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때, 무한한 우주로 향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도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 등이 인류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새로 맞이할 뉴스페이스 시대에 모빌리티 기업의 활약상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