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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로봇 전쟁’ 중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해도 로봇은 SF 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식당이나 공항, 쇼핑몰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내 로봇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죠.

 

로봇이 제조와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투어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완성차 업계가 치열한 로봇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 먹거리 ‘로봇’에 승부 건 글로벌 완성차 업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 달러(약 39조 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54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이 빠르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로봇을 인공지능(AI), 자율주행과 접목되는 ‘미래 먹거리’로 예측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상용화를 진행중입니다.

 

사실 완성차 업체가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생소한 조합이 아니라 시너지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기술들 대부분이 로봇 제작에 필요한 요소 기술로 되어 있습니다. 각종 센서와 AI 기술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에 있어 이동 경로를 계획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등 인간과 유사한 로봇의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완성형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싱가포르 서부 주롱 산업단지에 건립 중인 현대차그룹 혁신 센터

 

로보틱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로봇과 AI를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하나로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했습니다. 2020년에는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8억 80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적인 로봇으로는 일명 ‘로봇 개’로 잘 알려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Atlas)’,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Stretch)’ 등이 있는데요.

 

특히 올해 3월 판매를 시작한 물류 로봇 스트레치는 2022년 생산 주문을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스트레치는 트럭과 컨테이너에서 1시간 동안 800개의 상자를 운반할 수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 23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하역 작업은 그간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졌으나 이를 대체하는 로봇의 등장으로 활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현대차그룹은 CES 2022에서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를 선보였는데요. 모베드는 네 개의 ‘액센트릭 휠’로 구동하며 상부에 어떤 장치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모빌리티입니다.

 

이 밖에 고객과 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개발해 영업 현장에서 시범 운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봇 (사진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미국의 완성차 기업도 로봇 시장에서 선두를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업 역량을 쏟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기가팩토리 텍사스’ 개장식에서는 2023년부터 옵티머스 버전1의 생산을 시작할 것이고 밝혔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테슬라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능에 사용되는 것과 똑 같은 반도체와 센서를 사용하며, 키 172cm, 무게 약 56kg로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시속 8km로 달릴 수 있으며, 최대 20kg의 물건도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사이버 트럭이나 전기차보다 더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테슬라 자동차보다 세상을 더 크게 바꿀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포드의 직립보행 로봇 '디지트' (사진출처: 포드 홈페이지)

 

포드는 로봇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 직립보행로봇 ‘디지트(Digit)’를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트는 최대 18kg까지 물건을 들 수 있으며, 보행 중 장애물과 계단의 유무를 파악하기도 하고 두 팔은 초인종을 누르거나 넘어졌을 때 짚고 일어설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가벼운 무게로 장시간 이용이 원활하기 때문에, 배송 서비스 사업에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혼다의 '아시모(ASIMO)' (사진출처: 아시모 홈페이지)

 

일본은 세계 최대의 로봇 제조 국가인데요. 로봇 강국인 만큼 우수한 부품 제조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혼다는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를 개발했지만 상용화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후 보다 실용적인 로봇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CES 2019에서 최적의 이동경로를 찾아 움직이며 길 안내를 하는 인공지능 로봇 ‘패스봇’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로봇 전문 개발 조직을 설립해 탑승 로봇, 착용 로봇 기술을 강화하는 한편 물류, 배송 분야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휠 기반 라스트마일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 (사진출처: 토요타 뉴스룸)

 

토요타는 2017년 원격 조작 휴머노이드 로봇 ‘T-HR3’에 이어,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 ‘e-팔레트(e-Palette)’와 함께 물품을 운반하는 6륜 구동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Micro Palette)’을 선보였습니다. 마이크로 팔레트는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물품을 전달하는 휠 기반의 라스트마일 로봇인데요. 이와 함께 반려 로봇 개념의 휴머노이드 로봇, 5G와 인공지능 기반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입니다.

 

폭스바겐의 충전 로봇 (사진출처: 폭스바겐 뉴스룸)

 

이외에도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9년 1월 자율주행 충전 로봇이 주차된 차량을 옮겨 다니며 자동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신개념의 로봇 콘셉트를 공개하고 이듬해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이 충전 로봇은 앱 또는 차량과 직접 통신하여 배터리를 가져와 충전을 진행한 뒤 다시 배터리를 가져갑니다. 이 방식은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충전기를 직접 연결해야 하는 수고도 덜어줄 수 있겠죠.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직결되는 로봇 기술

현대차그룹은 CES 2022에서 발표한 미래 로보틱스 비전 '메타모빌리티'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CES 2022에서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를 통해 인간의 이동 경험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한 것인데요. 우리나라 정부도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메가테크 산업으로 로봇을 꼽으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느 기업이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까요?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구현에 가까이 다가설 완성차 업체들의 약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