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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은 날카롭고 입담은 유쾌하게, 박상영 작가의 이야기

 

 

최근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에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박상영 작가 다들 아시죠?

 

한국 최연소로 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된 박상영 작가는 2016년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표작인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등은 국내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가디언지 등과 같은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한국의 대표 스타 작가로 불리고 있죠.

 

오늘은 <방구석 1열>, <역사저널 그날> 등 다양한 방송의 패널로도 활약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박상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Q. 요즘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얼마 전에 소설 책 하나를 막 끝냈고, 오는 7월에 출간할 예정이에요. 고정으로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고전이 빛나는 밤’에 출연해 일요일마다 고전 명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진행하는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iR)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초청받아서 3개월 간 가파도에 머무르며 글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Q.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9년 허균문학작가상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제가 상복이 있나봐요.(웃음) 열심히 잘 쓰는 작가들이 정말 많은데 그게 상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실력도 없진 않은 것 같고요. 하하.

 

얼마 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로 지명돼 정말 놀랐어요. 한강 작가님, 황석영 작가님에 이어 제가 한국에서 세 번째로 부커상 후보가 되다니 어안이 벙벙했죠. 거기다 한국 후보 지명자 중 최연소이다 보니 엄청난 관심을 받았어요.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진 것 같고요. 국제상의 위엄은 대단합니다.

 

Q. 작가님 글은 시대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생생하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글이 잘 읽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그렇게 봐 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해요. 제일 기분 좋은 얘기기도 하고 제가 의도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카카오톡의 시대잖아요. 빗발치는 메시지와 넷플릭스가 끊임없이 유혹하는 시대를 문학이 견디려면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소설은 누가 읽어도 한 번 열면 덮을 수 없게, 독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는 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쓰죠.

 

Q. 누구나 부러워하는 유능한 젊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현대트랜시스 임직원 분들처럼 직장인 생활을 꽤 오래 했어요. 잡지사 기자, 광고 기획, 일반 사무직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죠.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언론계 종사자가 되었지만 제가 바랐던 삶과는 너무 다른 삶이라는 걸 일하면서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절망감과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게 소설 쓰기 수업이었습니다. 주말이나 평일 회사 일이 끝나면 곧장 아카데미로 달려가 수업을 들었죠. 생각보다 재미있고 저랑 잘 맞더라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까지 계속 글을 썼고,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전까지는 직장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등단을 준비했어요.

 

Q.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처음에는 출판사의 유튜브 콘텐츠로 얼굴을 비치는 게 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방송에서도 섭외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저의 입담과 센스를 알아채신걸까요.(웃음) 글 작업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임하고 있죠.

 

KBS 1TV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한 덕분에 중장년층이 많이 알아보시기도 했어요. JTBC <방구석1열>이나 왓챠 오리지널 <조인 마이 테이블>이 공개되고 나서는 20-30대 친구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더라고요.

 

Q. 이금희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한 미식 프로그램 <조인 마이 테이블>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요즘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요. 이 프로그램은 이주민들의 삶을 그들의 전통 음식을 매개로 들여다보는 방식 덕분에 특별했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OTT 플랫폼이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촬영하면서 만난 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었고, 저도 이를 통해 배운 점이 많아요. 다들 낯선 땅에서 정말 성실하게 사시는 분들이더라고요.

 

Q. 촬영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해주신다면?

프로그램 자체가 대본이 아예 없었는데, 이게 가장 큰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닐까 해요.(웃음) 어디를 간다 정도의 가이드북만 있고 나머지는 이금희 선생님과 제가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에는 대본이 정말 이렇게까지 없나 싶어서 걱정도 됐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오히려 좋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메인 MC고 이금희 선생님, 매회 등장하는 손님들이 게스트다’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임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금희 선생님의 새로운 면모를 많이 끌어내고 싶어서 토크쇼 하듯이 이것저것 돌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사실 대학생 때 저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으로 실제 꽤 친분이 있거든요.

 

Q. 7월에 출간될 책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 드려요.

 

 

가족 결성, 투자, 부동산 등 환경이나 경제적 여건의 차이에서 오는 허탈감, 사회적 문제를 담아보려고 했어요. 주변 친구들만 봐도 똑같이 대학교 나와서 사회생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떤 격차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많거든요. 신간에서는 동시에 출발했지만 조금씩 틀어져버린 삶의 형태들에 대해 쭉 나열하고 다시 모아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어요.

 

Q. 행보를 보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요.

최근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혼자서 모든 일정을 관리했는데, 점점 대외 활동이 늘고 찾아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일정 관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이동할 때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려고 차도 알아보는 중이고요.

 

현대차에도 굉장히 다양한 모델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캐스퍼가 요즘 자꾸 눈에 들어와서 현대차 홈페이지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웃음)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관련 사양이나 구매 혜택 같은 것을 계속 알아보는 중입니다.

 

Q. 박상영 작가가 좋아하는 젊은 작가들도 궁금해요.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 작가의 글은 굉장히 섬세해요. 정세랑 작가의 글도 좋아하는데 통통 튀고 재미있죠. <시선으로부터>라는 작품은 꼭 읽어 보시기 바라요. 황인찬 시인도 되게 좋은 글을 많이 쓰고요.

 

이외에도 거의 1년 동안 신인 작가들의 소설을 못 읽어서 요즘에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또한 제 작품 중 영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여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 글 쓸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사실 괴롭고 끔찍하기도 한 일인데 역설적으로 제일 행복한 일이거든요.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게 공감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게 정말 축복받은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제 마음과 제가 만든 이야기를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해요.

 

한미림

사진 안용길(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