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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 안에서 '이것'도 할 수 있다고? 현대트랜시스 '비전 모델 -21' 제시

 

자동차에 내장된 수만개의 부품 중 우리 몸과 가장 오래 맞닿는 것은 시트입니다. 드라이빙 시 안락함 뿐 아니라 각종 편의성과 건강까지 연관되어 있어 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데요. 최근 들어 자동차 시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알고 계시나요?

 

자율주행 시대에는 안전 운전에 최적화된 시트보다는 여가, 휴식, 업무 등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다양한 시트와 실내 공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실제 특허청에 따르면 자동차를 휴식,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특허출원도 2018년부터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트랜시스가 새롭게 선보인 ‘비전 모델-21’도 ‘시나리오 모드’, ‘착좌 체압 인식 기술’, ‘다기능 모듈 메커니즘’으로 3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체압 인식 기술 관련해서는 2020년 대한기계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맞춰 차세대 시트 기술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트랜시스의 시트퓨처모빌리티랩 강신정 팀장과 변득규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시트퓨처모빌리티랩

Q. 시트퓨처모빌리티랩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시트퓨처모빌리티랩 강신정 팀장, 변득규 책임연구원

 

강신정 팀장(이하 강신정): 현대트랜시스의 자체 시트 기술과 다양한 모빌리티에 특화된 시트 시스템을 선행 연구개발하는 조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자사의 비전 모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득규 책임(이하 변득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모빌리티 관련 시트 기술 및 자동차 외 타 산업군의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사용자 관점의 시나리오와 연계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다양한 기술을 융복합해 시스템을 설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다른 시트 연구와 비전 모델 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강신정: 정해진 사양에 대한 신기술을 개발 중인 부서와 달리 미래 모빌리티 관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이 가장 다른 점입니다.

 

변득규: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동차 외 의료기기나 전자부품 기술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종산업의 기술 접목을 연구하는 것인데요. 미래를 예측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죠.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2017년 시스템 선행연구조직을 설립하고 2019년부터 매년 비전 모델을 선보이는 등 시트 비전 모델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시트퓨처모빌리티 랩으로 조직을 개편했고, 지난 3월 SETEX 2022를 통해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비전 모델-21’을 공개했습니다.

 

현대트랜시스의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비전 모델-21'

 

Q. 그동안 비전 모델과 관련해선 어떤 연구들을 진행해 오셨나요?


강신정: 2017년 시스템 선행 연구조직을 만든 이후 독립적인 기술들을 개발하다 이를 시스템으로 통합한 ‘퍼스널 콕피트(2019년)’, ‘로보택시(2020년)’를 제작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비전 모델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고,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형태의 ‘비전 모델-21’이라는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비전 모델-21’

SETEX 2022에서 공개된 현대트랜시스의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비전 모델-21'

 

‘비전 모델-21’은 다양한 목적의 모빌리티 특성에 맞는 시트들로 구성된 집합체입니다. 단순히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신기술을 한군데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탑승객이 차량을 타서 내릴 때까지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맞춰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그에 맞는 기능과 기술들을 조합해 모두 10가지의 통합 시나리오 모드를 구현했습니다.

 

Q. 10가지 통합 시나리오 모드란 어떤 것인가요?

 

비전 모델-21 기본 모드

 

변득규: 고객 니즈에 100% 부합하는 자동차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들의 모빌리티 이용상황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기능을 ‘비전 모델-21’에 담았습니다.  

 

주요 사용자 모드로는 시트를 차량 외측으로 45도 회전시켜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 ‘이지 억세스’, 생체신호를 측정해 스트레스 지수를 판단하고 이를 낮춰주는 기술 및 승객의 자세를 감지해 편중된 하중을 분산시키는 ‘웰니스 서포트’, 다양한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시트를 차량 중앙으로 이동해 운전석이나 동승석에서도 아이를 바라보고 직접 케어할 수 있도록 한 ‘차일드 케어’가 있습니다.

 

비전 모델-21의 주요 모드

 

이 밖에도 자율주행 시 발생되는 돌발 상황에서 시트를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주는 ‘스마트 리스크 서포트’, 시트에 내장된 헤드레스트 스피커나 콕피트에 적용된 초지향성 스피커로 개인화된 사운드 존을 만들 수 있는 ‘개인화’, 마지막으로 종아리 마사지, 부위별 통풍, 후석 모니터 연동 음원 체감 모듈, 무중력상태와 유사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메커니즘을 적용한 ‘VIP’ 모드 등이 있습니다.

 

Q.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기술은 무엇이었나요?

 

관람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웰니스 서포트 모드

 

강신정: 웰니스 서포트 모드 중에 생체신호 측정 기술이나 차일드 케어 모드의 구성 등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자율주행 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트를 안전한 포지션으로 옮기고, 경고를 주는 스마트 리스크 서포트 모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변득규: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여기에 기술이 다 모여 있으니 이것만 봐도 되겠네”였어요. “이런 자동차가 나올 때까지 내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시며 상용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주셨는데요. 빠르면 2~3년 안에 양산될 기술도 있고, 10년 내에는 모빌리티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Q. 이번 비전 모델 개발이 업계나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주요 통합 시나리오 모드 (좌측부터 이지 억세스, 웰니스 서포트, 스마트 리스크 서포트, VIP, 개인화, 차일드 케어 모드)

 

강신정: 국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시나리오 모드로 비전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현대트랜시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와 모니터, 카메라와 각종 센서 등 독립적인 기술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하는 통합 제어 기술이 가장 큰 기술력이라 할 수 있죠. 또한 이것을 니즈별 다양한 시나리오와 연계한 것은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죠.

 

애디언트나 토요타 보쇼쿠 등 글로벌 경쟁사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매년 비전 모델을 공개해 왔는데요. 이제 현대트랜시스만의 역량과 시나리오를 담은 비전 모델을 외부에 소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완전 자율주행시대, 자동차 실내의 핵심은 ‘자유로운 공간’과 '활용도 높은 시트'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탑승객의 다양한 이동 조건을 예측해 상황별로 최적화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다채로운 편의 기능과 안전 기능으로 혁신적인 이동 경험을 고객들에게 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연구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부품회사가 의료기기를 연구한다?

스타트업 알고리고와 함께 개발한 생체신호 측정 기술과 체압 분포 모니터링 기술

 

Q. ‘비전 모델-21’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꼽는다면? 

 

강신정: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웰니스 서포트’ 모드에는 스타트업 ‘알고리고’의 기술이 탑재되었는데요. 승객의 호흡이나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생체신호 측정 기술’, 승객의 체형을 인식하는 ‘체압 분포 모니터링 기술’ 등을 함께 개발했죠.

 

또한 각 시트를 감싸고 있는 커버는 친환경 실리콘 인조가죽으로 장영실상을 받은 기술로, 현대트랜시스가 추구하는 ESG의 가치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Q. 미래 시트 기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강신정: 시트에만 국한되지 않는 기술이 차별화되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메라와 연결되는 시트 기능, 콕피트에 들어가는 스피커 음향, 각종 생체 신호 분석 기술 등 시트가 요구하는 기능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시트 외 다른 기술까지 알아야 하겠죠.

 

변득규: 외부 기술 동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의료기기 박람회, 전자제품 전시회는 물론 이케아 등의 가구매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저 기술을 이렇게 바꾸면 시트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영감을 받기 위해서인데요. 미래 기술 연구는 다른 분야 기술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현재의 자동차 시트 기술의 트렌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예측한다면?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MoT 생태계 가상도

 

강신정: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위한 공유차와 자율주행 관점에서의 시트 기능이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전기차는 플랫폼이 평평하므로 시트를 앞뒤로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기능이 들어갈 수 있죠.

 

또한 모빌리티 목적에 맞게 시트의 기능도 특화될 텐데요. 자율주행 관점에서는 운전에 집중할 필요가 없으니 여가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시트 기능에 가미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현대트랜시스의 비전 모델과 관련한 향후의 계획들을 말씀해 주세요.

 

현대트랜시스 시트 기술의 정수를 담은 제네시스 G90 실내

 

강신정: 급변하는 모빌리티 변화에 맞춰 시트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너무 이상향이거나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도록 그 중간의 지점에서 상품화나 모듈화를 통해 빨리 양산될 수 있는 기술은 적용해야 하고, 더욱 발전이 필요한 기술을 자동차, 시트만 보는게 아니라 내외부에서 다양한 이종결합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겠죠.

 

변득규: 매해 비전 모델을 공개할 때마다 “내년엔 뭘 보여줄 거냐?”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요. 큰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모빌리티에 한정 짓지 않고 여러 상황과 고객 니즈를 고려해 더 편리하고 다양한 시트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