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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의 자동차 제작기 4부 – 나의 구원

 

안녕하세요, 자동차 만드는 직장인 이정우입니다. 올 한 해 사내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T.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자작 자동차 제작 계기부터 좌충우돌 비하인드 스토리, 자동차 대회에 참여한 소감 등을 소개해드렸습니다.

 

2019년 참가한 인제 짐카나 경기를 마지막으로 자작 자동차는 잠시 작업장에서 잠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오랜만에 작업장을 찾았습니다. 밖에 세워 두었던 자동차는 비바람과 세월에 풍화되어 있었죠. 자작 자동차를 다시 만나니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2년 만에 재회한 자작차, 위안을 얻다

작업장에 방치된 자작 자동차

 

자동차를 방치해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 저를 사로잡았던 가장 큰 감정은 좌절감이었습니다. 열정만큼 따라주지 않은 상황과 생각만큼 진행되지 못한 일로 의욕을 상실했죠. 회사 업무는 물론 가정에서도 힘든 순간들이 잊을 만하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일상 속에 지쳐갈 때쯤 잊고 있던 자작 자동차가 떠올랐습니다.

 

방치된 자작 자동차를 보니 마치 누군가와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저런 상태였지만, 마치 ‘나 아직 달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 번에 시동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처분할 생각이었습니다. 겉은 너덜너덜해도 엔진만은 엔진이 작동되는 자작 자동차를 통해 위안을 얻고, ‘이 차와 한번 더 달려볼까?’라는 자신감과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재정비에 돌입하다

대회 당일 등속조인트 파손으로 달리지 못하게 된 나의 자동차

 

우선, 차에 달려있던 녹이 슬고 낡은 부품들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외적으로 봤을 때 이전과 비교해 볼품없었지만, 제 눈에는 마냥 근사해 보였습니다. 더욱이 아직 달릴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나사가 풀린 곳을 다시 조이고 수리가 필요한 곳을 손봤습니다.

 

그렇게 올해 6월, 세 번째 시합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감 속에 출발한 차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았습니다. 너무 무리한 탓이었는지, 출발한 지 20초도 지나지 않아 차가 멈췄습니다. 클러치 킥 한 번에 등속조인트가 부러지게 된 것이죠. 지난 시합에서도 속을 썩였던 등속 조인트가 또 말썽이었습니다.

 

다시 맞춤 제작한 등속조인트

 

등속조인트는 변속기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으로 자동차 바퀴가 좌우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등속 조인트가 마모가 되거나 부러지게 되면 더 이상 바퀴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인생이 생각만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덤덤하게 차를 바라보며, ‘까짓거 다시만 들면 되지’라고 제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등속조인트로 맞춤 제작하였습니다.

 

마지막 경기를 기다리다

 

이제 자동차는 수리를 마치고 마지막 경주 시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달릴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제 마음만큼 잘 달려주지 못하더라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정도 많이 들었고, 이 차가 곧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5년 가까이 자동차를 만들고, 타고, 고치면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고, 뜻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살면서 계획했던 일들, 내가 경험하는 일들 그 모든 일들이 내 자신에게 의미부여가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죠.

 

총 4편의 시리즈를 작성하며 자동차에 대한 저의 열정과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허락해주고, 지지해준 저의 아내에게 이 글을 바치며, 직장인의 자동차 만들기 시리즈는 이렇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평범한 직장인의 자동차 제작기 1 다시 보기 - https://transys.tistory.com/195

▶ 평범한 직장인의 자동차 제작기 2 다시 보기 - https://transys.tistory.com/210

▶ 평범한 직장인의 자동차 제작기 3 다시 보기 - https://transys.tistory.com/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