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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ulture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feat. N년차 서산러)

 

저는 현대트랜시스 품질본부 NVH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산 생활 7년 차 직장인입니다.

 

과거 직장 동료와 선후배들을 만나면 ‘서산에서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난다더라’, ‘서산 탈출 못하면 여자친구가 결혼 안 해준다더라’, ‘.***대리, 결혼하려고 이직한대’, ‘여자친구가 서산 한번 와보고 다신 안 와’ 등 악담 아닌 악담을 듣곤 했는데요.

 

오늘은 만연한 서산 괴담을 부정하며 삼겹살 집 밖에 없던 서산이 얼마나 ‘힙’해졌는지 소개하며, 저를 포함한 서산러들의 연애를 응원하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일터, 지금은 내 집이 있는 서산

사진설명: 현대트랜시스 파워트레인 공장 라인

 

현대트랜시스의 국내 사업장은 위도 순으로 판교, 동탄, 화성, 서산, 아산, 울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서산 공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서산시에 주민세도 내고 있는 성실한 납세자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나쁘지 않은데?!”로 시작된 입사 지원, 그리고 최종 합격과 연수, “진짜 가나요?”라며 넋 놓고 웃어 댄 인사팀 면담을 끝으로 대학교 졸업식날 서울 자취방의 짐을 1톤 트럭에 실었는데요. 서해대교가 나오고 행담도를 지나 구수한 자연의 냄새가 날 때쯤 서산에 도착했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어느새 7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터였지만 이제는 정이 들어 내 전셋집이 있고 내가 사는 곳이 되었습니다.

서산의 숨은 힙플레이스, 우리 동네 놀러 올래?

 

연인이 서산을 방문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를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셨나요? 안견의 몽유도원도로는 부족했다고요?

 

요즘은 각종 SNS를 통해 힙플레이스 정보를 수집하지만 예전엔 새로 이사를 가면, 우리 동네 뭐가 있는지 골목골목 탐험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은데요. 최근 저는 다시 그런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현수막을 보고 가게 오픈 정보를 얻거나 동네를 산책하며 숨겨진 도자기 공방을 찾기도 했어요.

 

사람도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 듯, 파면 팔수록 나오는 서산 골목골목의 은근한 매력을 소개하고자합니다.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서산9경은 제외하고 서산 시내에서 10분 내외로 접근 가능하고 소소한 일상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추천 드립니다.

 

2박 3일 주말 데이트 코스

사진출처: 서산시 홈페이지

 

서산까지 장시간 운전해 온 연인, 꽉 막힌 도로는 연인을 보러 간다는 설렘을 단숨에 날려버리죠. 고생한 연인에게는 와규 맛집 우마카에서 소고기와 하이볼 한 잔 어떨까요? 노랗고 어두운 조명으로 서로의 초췌함도 감출 수 있고 역시 고기는 누가 구워 주는 게 제일 맛있으니까요.

 

둘째 날, 전날 헤비한 식사가 부담스러우셨다면, ‘샐러드박스’에서 간단하게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추천드려요. 장거리 연애로 자주 못 보는 만큼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가죽 공방 ‘멜료’에서 서로를 위한 가죽 선물을 제작해보세요.

 

사진설명: 마크라메 공방 ‘스며온’, 감성 카페 ‘어스커피윈드브레드’

 

마크라메 공방 ‘스며온’에서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보아도 좋습니다. 취향이 아니시라고요? 어떻게 하면 똑 같은 매듭, 반복되는 패턴을 최단시간에 꼬아낼까 고민하다 보면 우리 공대생의 승부욕을 충분히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키보드나 토크렌치 만지던 손으로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하며 처음엔 어색하지만 확실한 기분 전환이 되실 거에요!

 

살짝 출출한 기분이 든다면 시골길 끝에 등장하는 보물 같은 감성 카페어스커피윈드브레드에서 고요한 풍경 속 커피 한 잔도 좋습니다. 한적함이 또 교외의 매력이니까요.

 

사진설명: 빈티지 편집샵&카페 ‘구월아뜰리에’, 북카페 ‘지상의 양식’

 

나른한 토요일 오후, 따로 또 같이 조용한 독서와 함께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보고 싶다면 빈티지 편집샵 & 카페 ‘구월아뜰리에’나, 북카페 ‘지상의 양식’으로 가볼게요. 위드 코로나 이후 우리의 첫 여행준비를 시작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저녁은 분위기도 맛도 좋은 ‘양유정 와이너리’를 방문해보세요. 함께 지난 유럽 여행의 추억을 나눌 수 있을 거에요. 누구랑 갔는지 헷갈리지 않도록 와인은 조금만!

 

사진설명: 부춘산 전망대

 

연인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서산 시내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부춘산 전망대’로 갑시다. 서산러가 콧방귀 끼는 소리가 들리지만, 한 겨울 코코아 한 잔과 함께 부둥켜안고 있기에 이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여기밖에 없기도 합니다. 해가 지면 맥주 한 잔의 유혹이 간절한데요. 이럴 때는 수제 크래프트 비어 ‘키위’나 ‘칠홉스브루잉코’를 추천드립니다. ‘청과담’에서 청포도 한 송이, ‘파블로마켓’에서 치즈 플래터와 내추럴 와인을 집어 집으로 가도 좋아요.

 

사진설명: 삽교호 놀이동산

 

마지막 날 아침은 가볍게 스킵합니다.(아침형 인간이라면 ‘플레이보릿’의 갓 구운 감자 치아바타!) ‘박성진스시’로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야 하니까요. 오후 2시,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 슬프네요. 뭘 해야 서산 풀코스의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요? 조금 멀지만 당진 삽교호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타러 가볼게요. 엉덩이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그 순수한 순간, ㄹㄷ월드, ㅇㅂ랜드를 능가하는 극강의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꾸 생각나서 매주 오겠다고 할지도 몰라요.

 

 

▶ 데이트 코스:

우마카 – 샐러드 박스 – 멜료 or 스며온 - 어스커피윈드브레드 – 구월아뜰리에 or 지상의 양식 - 양유정 와이너리 - 부춘산 전망대  키위 or 칠홉스브루잉코  청과담&파블로마켓 – 박성진스시 삽교호 놀이동산

 

장거리 커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오늘 소개 드린 곳 외에도 서산에 멋진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소개한 장소들은 온전히 제 취향이지만 연인과 함께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 마저도 즐겁지 않으신가요? 다만, 아웃백은 거기서 먹고 오라고 전해주세요.(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천안펜타포트점 : 1시간 20분 소요, 부쉬맨브레드 제공)

 

고생해서 나를 만나러 와준 연인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되셨을까요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활하는 곳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해하는 따뜻한 사람과 우리의 일터 서산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장거리 연애는 지긋지긋하지만 사실 100% 장거리가 문제는 아니니까요. 어디에 있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 의지하고, 함께 쌓은 추억 얘기,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주 주말에 어디 가냐고요? 도시 냄새 맡으러 서울 갑니다. 7년째 제 소원은 통일도 통일이지만 일단은 퇴근 길 친구와의 맥주 한 잔입니다.

 

[♪♬Special thanks to… 모든 게 낯선 타지에서 어쩌면 조금은 쓸쓸할 (헛헛할) 형수님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 더 담아본 이곳 저곳

- 카페호리/시간줍기 : 팔봉면 드라이브와 함께 가보면 좋은 곳.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 워크숍커피스탠드 : 서산에 몇 안 되는 로스터리 카페, 맛으로 승부한다는 사장님의 신념에 걸 맞는 퀄리티, 해진 후 내가 마시는 게 커피인가 위스키인가 착각하게 만드는 분위기

- 오늘도케이크 : 맛도 좋고 정성 가득한 레터링 케이크로 깜짝 이벤트 준비

- 운산리삼구-하나쿠모 : 저녁은 먹고 왔지만 야식에 소주가 당긴다면! 청년들이 운영하는 이자카야

- 원데이클래스 : 온드세라믹(도자기), 서화당(화과자)

- 기타 : 레클루전(브런치/디저트), 은우커피(한옥 카페), 구움당(스콘), 츠바사(초밥), 파이어웍스(중식), 타이쇼오텐(텐동), 바닐라스푼(소품)

 

 

▶ 별책 부록 데이트 코스:

웅도 – 신두57 캠핑장 캠프닉 – 제로플레이스 – 삼길포항 – 용유지 - 간양길카페(아산) – 벌천포 해수욕장 – 개심사 드라이브 – 보원사지에서 멍 – 해미순교성지 – 인생버거(태안) – 해피준(태안, 마이네임 촬영지) –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