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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비대면 시대에 일하는 방법

 

마스크의 일상화,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강제로 맞이한 ‘저녁이 있는 삶’등 팬데믹 상황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데요. 미래 차로의 전환기에 서 있었던 자동차 산업도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업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가 모빌리티 업계에 미친 영향 및 미래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팬데믹이 뒤흔든 자동차 산업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든 만큼 세계적으로 승용차의 판매는 감소했지만 배달량의 증가로 상용차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중립으로 대변되는 그린산업을 경제 부흥책의 주요 사안으로 지정해 내연기관의 조기 퇴출, 생산 라인의 조기 탄소 중립화를 강제하고 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으로 출고 적체가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죠.

 


자동차 산업의 사업적인 측면에서 해석하면 우선 근무 형태의 불안정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미래 차와 신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가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며, 당장의 판매량 감소와 출고 적체로 인해 매출과 수익이 작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빠르게 해야 할 일은 많아졌는데 필요한 인력과 자금 운용에는 제약이 발생한 것이죠. 

이를 위한 대책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언택트 상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 두 번째는 새로운 시장 전망에 따른 목표 설정과 팬데믹 이후 사회에 적합한 고효율 조직, 업무 환경 등을 새로 조성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대면 업무의 시작

현대트랜시스 서울사무소의 모습


원격 및 유연 근무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는 단기적 대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비대면 업무 형태에 따라 근태 관리의 의미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의 리서치 전문 기업인 가트너(Gartner)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상황 이후 자동차업계의 고용주 혹은 관리자들 가운데 16%가 직원 근태 확인을 위해 가상 출퇴근 기록계, 업무용 컴퓨터 사용로그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언택트 시대는 근태 관리가 단순 노동 시간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목적은 계획한 업무의 완성을 통한 성과 달성이므로, 언택트 시대에서의 업무 중요도는 근태 중심의 관리에서 진척도, 결과 중심의 관리로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격적인 유연근무제가 대두됩니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장소가 온라인이더라도 팀원이 함께 일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기존의 팀 단위 조직으로는 더 이상 업무 효율성을 지키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시대가 가져온 근무 형태의 변화는 팀의 성과보다 개인의 업무 성과 중심의 조직 관리로 변화하고 있으며, 팀원을 필요로 하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자동차 업계의 대외 업무는 원격 방식으로 진행 중

현대자동차∙기아 중국 전략 발표회


자동차 업계의 대외 업무는 이미 원격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물론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도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신차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차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온라인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사진,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동시에 배포하는 등 동시성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의 새로운 기술 홍보가 중요한 만큼 아우디 테크토크와 같은 기술 홍보 전용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테크토크 (출처: 아우디)


자동차산업도 팀에서 개인으로

 

비대면 업무, 유연 근무제로 인해 개인 역량 중심의 조직 운영은 IT 업계나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만 흔한 용어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미래 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자동차의 스마트 기기화는 자동차 산업이 IT산업의 성격을 일부 흡수하는 것과도 연결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가 새롭게 개설하는 판교 선행 기술원입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의사결정의 방식과 속도 등 여러가지가 IT업체보다 더 IT업체 같아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철학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곳이 판교 선행 기술원으로, 이곳에는 원격근무가 가능한 위성 오피스도 마련되어 있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혁신하고자 합니다.


자동차회사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될 근무 형태는?

출처: Tobias Arhelger / Shutterstock.com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중장기 전략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로의 변화는 비대면 근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언급한 성과, 개인 역량 중심의 유연 근무 시스템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실제로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다양한 근무 방식을 적용한 여러 가지 고용 형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임러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을 통해 파트타임과 유연한 휴가제 등의 고용 형태를 정식 고용 프로그램의 일부로 포함시켰습니다.

출처: 보쉬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로버트 보쉬는 올해 초 무려 1만 7천여 명의 연구 인력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연구 조직을 발족했습니다. 기존의 자동차 전장, 섀시, 파워트레인, 그리고 인포테인먼트 조직의 기존 소프트웨어 전문 엔지니어들을 모두 하나의 조직으로 모았습니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따로 모아 IT기업의 특징인 유연성과 빠른 의사 결정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입니다.


근무 형태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물론 자동차 산업이 온전히 원격으로 전환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자동차 업계의 원격 및 유연 근무는 대부분 영업 및 마케팅을 비롯한 사무직과 연구직에 해당되며, 여러 가지 공정이 순서대로 밀접하게 이어지는 생산 라인에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전동화 시대로 가며 생산 라인의 근무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이제 워크스마트를 앞세운 비대면 업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빠르게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고 정착시켜 안정기에 접어드는 기업이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업계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입니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