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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감속기 전문가가 말하는 프로젝트 뒷 이야기는?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 23760대가 팔리는 등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현대차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인 17294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로 성공적인 론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대박난 아이오닉5의 성공 뒤에는 수년간 쉴 틈 없이 달려온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아이오닉5의 감속기 프로젝트를 담당한 현대트랜시스의 박종은 매니저를 만나보겠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으로 향하는 전환점, 성공을 위한 스위치 ON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대트랜시스의 감속기 생기담당자 박종은 매니저입니다. 최적의 일체형 감속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설계하고, 실제 양산까지의 공정을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지금 가장 ‘핫’한 아이오닉5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기분 좋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오닉5’의 일체형 감속기를 생산했어요. 현재 생산라인 설계 과정은 끝났고,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이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아이오닉5 프로젝트는 현대트랜시스가 전기차 부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해내는 전환점이자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값진 결과를 얻게 되었네요.

 

 

아이오닉5에는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일체형EV구동 시스템인 E-Powertrain(3-in-1)이 들어가는데요, 여기서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을 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RPM(모터의 회전수)을 필요한 수준으로 감속해 더 높은 토크(회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저한테 많은 경험치를 쌓게 해줬는데, 특히 NVH 계측 센서를 전기차의 어떤 위치에 붙이느냐에 따라 값이 굉장히 차이 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Q.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요, 감속기 생산을 담당하시면 더 체감이 클 것 같은데요.

맞아요. 현재 회사에서도 전동화 교육을 많이 하고, 전동화 분야 직원 채용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전기차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입사 후 5년 동안 내연기관 생산 설계를 담당했는데, 최근 4년 동안은 전기차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동화로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많은 회사가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데, 그만큼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하죠.

 

 

일을 할 때 설계한 대로 생산 효율이 나오지 않으면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게다가 설계 도중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레이아웃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는데 바뀌지 않는 양산 일정에 맞춰 새롭게 생산 설계를 하려면 매우 난감합니다. 제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작업인 것은 이해하지만, 저희도 시간에 쫓겨 일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종종 부품이 변경되었음에도 설계를 수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매우 기분이 좋아요.(웃음) 최근에 생산품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설비를 설계했는데, 여러 대의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값이 출력되어서 보람을 느꼈어요. 같은 설비라도 부품의 마모도, 눈에 보이지 않는 두께 등에서 각자 다른 결과값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두 같은 값이 나오는 결과는 쉽게 얻어지지 않거든요.

 

업무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하나의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기까지 다양한 부서가 협업하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잊게 되는 ‘일의 목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Q.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료는 NVH품질관리팀의 정신한 매니저가 떠오릅니다. 오랜 기간 여러 프로젝트를 같이 해왔는데, 요즘에는 제품의 품질 문제가 양산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실 오늘 휴식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 매니저와 영상통화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일 얘기를 많이 했네요.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함께한 동료들과 맛있는 참치회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어요. 아니면 요즘 제철인 주꾸미로 샤부샤부를 직접 만들어서 대접해도 좋을 것 같고요. 하지만 맛은 보장 못해요.(웃음)

 

충전을 위한 짧은 휴식, 오늘 하루는 스위치 OFF

 

 

Q. 열심히 일 해오셨는데, 일을 마치고 나면 어떤 시간을 보내세요?

요즘은 바빠서 퇴근이 늦었어요. 그래도 아이들(6세, 4세)이 씻는 시간에 맞춰서는 꼭 집에 가려고 해요. 가까이에서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야식 먹으면서 술 한잔 하면 스트레스가 빠르게 풀리는데, 여기에 콘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 하루를 마무리 하는 기분이에요.

 

Q. 아이들과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깊어요, 평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네, 특히 여럿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좋아하는데요,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이 모이는게 쉽지 않아서 많이 아쉬워요.

 

평소에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눠요. 연애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 결혼 후 계획, 자녀 교육 등 미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는데 결혼 후에는 무엇을 먹을지, 주말에 무엇을 할지 등 코앞의 실생활을 위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되네요. 최근에는 바쁘다보니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 아이들과 대화가 부족했어요. 얼마 전 첫째 아이가 “마스크를 써주세요. 정상입니다.”라고 장난을 치던 게 생각나네요, 이런 소소한 대화의 재미가 그리워요. 이번 프로젝트가 안정화되는대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생각나는게 있어요. 대학생 때 방송 PD가 꿈이었는데, 꿈을 좇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매일 새벽에 들어가곤 했죠. 하루는 고향인 전주에서 막차를 타고 서울 자취방으로 가고 있는데 아버지가 술기운이 담긴 목소리로 “종은아, ‘후회한다’거나 ‘괜히 했구나’라는 말은 하지 마라. 최선을 다해보고, 끝장을 본 다음에야 이 단어를 내뱉는 거란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덕분에 저는 미련 없이 꿈을 좇아봤고, 가뿐한 마음으로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아이오닉5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이렇게 좋은 휴식을 보내면서 충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휴식은 따뜻한 봄 몽골 초원에 앉아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며 어반자카파의 ‘목요일 밤’을 듣는 순간을 상상했는데, 지금의 저에겐 오늘의 휴식이 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프로젝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소홀해진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아이들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 마다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고, 몸이 약해진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네요. 여보, 조금만 기다려줘.

 

 

김학성
사진 안용길(도트스튜디오)